수구의 나라

들꽃 사랑 /김수구 들에는 꽃이피네 꽃이피네 얼굴 제대로 내밀지도 못하고 수줍어 오갈 든 풀꽃이 피었네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 저 혼자 사랑하느라 자갈 틈새 숨죽어 꽃을 피웠네 외롭다 말하려는 듯 깃 세워 이슬 터는 꽃잎 차라리 모른척할 걸 그랬나 발에 밟히면 아프다 말할 걸 그랬나 햇발..

"시메아리"의 느낌 하나(유월의 껍데기 피의 노래/김수구) 유월의 껍데기 피의 노래/김수구 유월엔 피 터지겠네 방방곡곡 피 터지겠네 내 그리운 밤하늘에 피 껍데기 터지겠네 좌파 정권에 불붙은 장미만큼이나 내 안방에 피어난 상사화만큼이나 유월은 피 터지겠네 한여름 지나가기 전에 잔꾀 부리다..

. 비도 오고 해서/김수구 우산만 쓰면 도로가 굽어 해서 찌르레기 울어대는 길을 걸었어 먹구름 질끈 동여맨 산이 가까이 내려서고 산복도로 구불구불 등을 보이는데 햇살 잃은 우울한 벤치 공원에 보기 드문 우체통이 다 보여 해서 물방울로 그림 짙은 편지를 썼어 우산 속으로 엽서체 같은 비행물체..

별/김수구 그녀가 보고 싶은 날 마당으로 달려나와 머나먼 밤 산개성단을 향해 별빛을 모은다 하늘로만 달려가던 그 이름만으로도 빛을 잃지 않던 사랑아 어릴 적 그녀가 보고 싶을 때면 산에 올라가 그윽한 눈빛을 바라보다가 고개 허리를 꺾어 아예 별이 되고 싶었다 밤하늘로 스며들어 낮과 밤도 ..

"시메아리"의 느낌 하나(벚꽃 피는 사월/김수구) 벚꽃 피는 사월/김수구 상춘의 계절은 잔인함인가 하늘의 가지 위에서 꽃 비를 쏟아놓는 정열 눈인지 꽃잎인지 모를 기쁨으로 가득히 눈 부셔오는 그대는 하얀 꽃 드레스 사진도 어울리지 못한 내 모습은 초라한 신랑이다.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그대..

"시메아리"의 느낌 하나(산수유꽃 봄 속으로/김수구) 산수유꽃 봄 속으로/김수구 겨울이 가는 길목에 노랑 꽃들이 만개했다기에 은행잎들이 노랗게 밟히던 늦가을을 생각했네 남쪽 어디부터일까 봄을 찾아오는 꽃잎 병아리들로 산골 하늘이 샛노랗게 물들었네 아직은 쌀쌀한데 수를 놓은 것처럼 어쩜..

"시향"의 느낌 하나(봄비/김수구) 봄비/김수구 비가 내리니 마음이 추잡하다 텃밭에 꽃상추들은 애살 드러내 속삭속삭 일어서는데 징검다리 창가에서 생체기나 쪼아대는 나는 골목길에 우울하니 떠있는 구름 같고 가로수 나뭇가지는 여전히 뾰족하니 가시 망울이 돋아 있구나 잘려나간 매화나무 끝 ..

* 봄날 그대 오시어요/김수구 * 임이여! 겨울 끝이 지루할 때엔 버스 길 건너 전철이라도 타고 강나루 도솔천을 돌아 소슬바람으로 오시어요 파스텔톤의 겨울이 나른하던 찻집에서 새 옷 무지개 사뿐히 갈아입고 초원의 봄바람 추녀 끝에서 그대 기다리리다. 임이여! 삶에 힘겨울 때엔 겨울 바다에 진..

▲ 정월 대보름인 9일 저녁 경남 창녕군 화왕산에선 제6회 억새 태우기 행사가 열렸다. /연합뉴스 화왕산 억새 태우기/김수구 활화산 달집 태우려고 억새에 불을 댕긴겨 위험천만하게 관람객들을 운집해놓고 화를 당긴겨 화왕산(火旺山) 불머리에 오른 악마를 보았는가 용가리처럼 하늘을 뒤흔드는 괴..

이별 없는 이별 그대를 만날 때면 이별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사랑은 지는 낙엽과 같은지라 거리를 두고서라도 당신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뿐 그런 이별은 동해의 붉은 햇살과 같아 언제고 다시 떠오르는 눈부신 태양인 줄만 알았습니다 슬픔 없는 이별도 이별인지라 이별 없는 이별도 슬픔인지라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