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84

그리움으로 피는 꽃

그리움으로 피는 꽃/김수구 마음 한켠에 빗물이 스미면땡볕에도 꽃이 핍니다장미는 초록으로 돋고심안에 이슬이 커질수록이별도 사랑초로 승화합니다우울할 때 찔러대는 가시눈물도 꽃인지라눈언저리에 별꽃이 피었습니다 꽃망울 벌기 전에꽃잎이 스러질 것 같은 전율이메아리쳐 칠월의 꽃밭엔 장맛비여 접근하지 말기이슬 동그라미 빗물만 안으렵니다

영상시 2025.02.09

해변의 여인

해변의 여인/김수구   바다가 손짓한다지금 당신은 쓸쓸한가불립문자들이 파도 물살에 떠다니고소리소문없이 흩어지는 쭈글쭈글한 무늿결피륙이 화농[化膿]에 젖고 있다해맑은 창공으로 창공으로파르라니 날개 깃 펼쳐든 갈매기 무리호로병 같은 적막 속을 휘어들고추파 던지며 발목 가까이 다가서던 파도넘실넘실 무너지는 검은 자욱마다고독 깊은 유혹이 담수 되어 있다바다가 말을 건다지금 당신은 철 지난 바람이 그리운가희디흰 물결 가슴팍을 뭉클하게 들이치고여심의 치마 속을 훔쳐보는 가을 햇살 같은 바람피륙 같은 그녀의 살갗이 아슴아슴 찢기고 있다.

영상시 2025.01.09

개종자들

개종자들/산유화개자식들이 날뛰는 세상아 빨리 가라민중민주주의 외치며 부르주아 타도에 미쳐 나라 망치는 개작두들한 마리 쥐새끼, 범죄자 아가리에 처막혀 자유인들에게 죽음의 계절이다.걸핏하면 촛불 들고 민노총 돼지들을 앞세워 국민의 뜻이라 부르짖는 반골 병자들미국을 점령군이라는 좀비들이 몰려다니며 외치는 반국가 아수라들지 새끼들은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거짓 선동으로 호의호식하며대기업을 쪼개 고르게 나눠 살자, 공산화를 선동하는 좀비들아 보라범의 차반하고 난 10년 후가 보이긴 하나니 후손들은 어찌 살라고 니들 배때기 따시면 그만이냐혁명이랍시고 개 병신 떠는 걸 보면 천불이 나네자유민주 법치국가에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내란의 수괴라니어찌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국헌문란이라 몰 수 있단 말인가또한 청사에 길이 남..

영상시 2025.01.05

밤을 찾아서

밤을 찾아서/김수구  무엇을 바라야 밤이 올까부엉새 울어대던 들녘그런 날이 다시 올 수 없는 것은하늘을 가려 시야 좁혀놓은 야경들 무엇을 버려야 봄밤의 즐거움 두견새 울까보릿고개 소리인가 하도 구슬퍼 애간장이 녹아내렸건만 뭐가 풍족하여 우리는 소쩍새를 잊고 사나 옹달샘은 메말라 초목이 비틀리고여름날 무상함만 나부끼는 도시에 풀잎뼛골까지 햇살이 스며들어요람 속에 새 더는 날지 않고 첩첩산중에 늘어서는 불빛애끓던 소쩍새는 다 어느 골짜기로 숨었나 우리는 무엇을 잃어야 깊은 밤 부엉이 올까별빛 숨차게 걸어 나오던 논두렁그 까만 밤이 다시 올 수 없다는 것은

영상시 2015.04.14

은행잎 가도를 걸으며

은행잎 가도를 걸으며/산유화 입김 후후 불어대는 늦은 가을 모퉁이겨울나무 경계에서 연리지를 보았네단풍이 붉다고 외치던 나무들은 나목이 되어가고하룻밤 사이 노랑 물 한 움큼씩만 내려놓는 은행나무초록 이파리는 늙어져도 하염없이 고운 노랑 그게 고독일까 그리움일까거리에 쏟아져 내린 하트 문양, 물 젖어 흩어지는 시어들사랑과 별 이별과 바람 어디서부터 노랑의 질주는 시작된 걸까늦은 바람인지 초록 겨울인지 모를 이 황홀함방랑의 속성은 초록이었을까 노랑이었을까너에게로 다가가는 노을이 바다로 바다로 흘러 농무(濃霧)가 되기까진역시 시린 12월의 은행나무 속 너와의 깊은 색정을 바라보니 백석창파(白石蒼波)에 파도 물결 드높은데 여전히 음풍농월을 읊조리는 이파리와의 사랑

영상시 2011.12.14

겨울나무

겨울나무/김수구 내 기억의 저편에 겨울나무란 게 있다.언제부터 자리했던가해가 질 녘이면 가지는 애처로워 보이고잎들이 떨어졌을 나무가 유리창 앞에 어른거린다그것은 겨울일까훨훨 유리벽을 털어버린 그 나무내 허무를 숲 속에 새들이 알아채 버린 건 아닐까내 풍랑의 바다에는 늦은 서설이 내려성에꽃 핀 유리창으로 하룻밤 넋이 고이고그대와 나 가시밭 너머그러나 유리창 안은 따스하다너에게 줄 것은 없지만내 안은 늘 봄볕처럼 따스했다나무는 화초처럼 가꾸지 않아도 봄 순을 피워 올리던데해 질 녘 비로소 나는 널 품을 수 있을까그대와 나 사이에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하염없이 내릴지라도삶의 뒤란 길에 만산홍엽이 다 진다 한들가슴속에 타오르는 태양을 어찌 잠재울 수 있으랴

영상시 2011.12.03

길섶에 핀 코스모스

길섶에 핀 코스모스/김수구 여정 짙은 가을이 드리워질때쯤이면푸르름이 가슴밑까지 와닫던 간이 역햇살이 찰랑찰랑 내려앉던 그 옛날의 창살엔코스모스 갈기같은 초록하늘이 내걸려있었지 그리움 치렁치렁 늘어뜨린 시골길 광야초록열차 하늘하늘 멈춰서는 계류장 어딘가에 서서너의 노래소리를 듣고 싶었다 코스모스야하지만지붕색 말라가는 간이 역사 찌든 갈피에비바람과 궤도를 갖춘 이파랑이 넌 풀랫폼이었을 뿐기차는 그렇게 잠시 멈췄다가 종착역을 향해 떠나가고 널 다시 보고파 길 찾아 나선 한낮이 저문 강 어디쯤코스모스 꽃이 군데군데 피어있을 길섶 어디메쯤멍자국 깊은 푸른 구름만 풀풀 날리며 시골버스는 수양버들 늘어진 강어귀를 지나쳐 가고 있었지

영상시 2011.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