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랑 하나 그런 사랑 하나/김수구 조용한 거리밝은 태양 아래에서미소 짖는 이가 보고 싶다말은 없어도 가슴으로 찡 와 닿는그런 사랑 갖고 싶다.꽃잎에 머금은 이슬처럼아름다운 사랑 하나 없을까길을 가다가도별빛에 반사되어이 마음 누구에게 전할 순 없을까달빛이 스며오는 다정한 창 너머로내 마음속에 이는 사랑을 보일 순 없을까따스하고 다정다감한 체온을 실어 보낼 순 없을까… 영상시 2011.07.03
사월이 가데 .사월이 가데/김수구 벚이여! 그대 틈 사위 가슴 설레던 이슬 자국마다 꽃잎은 지고 초록 움트던 새잎 사월이 가데 꽃잎에 뛰어놀던 시성은 비바람과 함께 날아가고 봄밤의 창, 새시를 흔들어대는 시름 깊은 동그라미 사월의 그림자만 보듬어 않았지 새 잎사귀 볼록하니 여울 무늬 아롱지던 이 비 그치고 나면 오월의 서정 메타포는 아니 오고 뜨거운 햇살만 날아들겠지 지난날이 벌써 그리워지는 큰 길가 달력엔 그대 숨결조차 지우지 못했는데 연일 밀려드는 방사능비 황사바람 얼룩 짙은 소식만 불면을 키워가데. . 영상시 2011.05.01
은행잎을 밟으며 은행잎을 밟으며/김수구 귀뚜라미 소리조차 지워진 철길에 밤사이 은행잎이 쏟아졌네 그림처럼 아름다운 노랑 너는 물감보다 더 노랗게 가을을 닮았구나 은행잎에 마음 그을려 바람이라도 되어줄 누군가가 밟히는데 은행나무 한그루 부스스 눈을 뜨며 속살 드러내네 만추는 덜컹거리며 화물열차라.. 영상시 2010.11.17
반짝이는 것들 반짝이는 것들/김수구 반짝이는 것들은 별이 되는 줄 알았는데 열네 살의 떡방앗간에서는 기억의 쌀가루들이 쏟아지네 고춧가루나 빻던 기억조차 하기 싫은 날이 있었네 과거가 부끄러운 게 아닌데 가난하다 말하기 싫어서 얼버무린다는 게 그저 창 너머로 흐르네 . . .. 영상시 2010.05.15
밤하늘의 窓 밤하늘의 窓/김수구새벽녘 흐느적거리는횃불 같은 그리움 하나 끈적끈적한 기억을 더듬대다가 마구 휘둘러대는 종이 숲에는 낙서만 수북수북 쌓이고 한밤 널 보고 싶어 유년의 창문을 열면 한 줄의 획을 그으며 떨어지는 광선 저 숲 바라기엔 누가 살까 순간 난 별이 된다. 영상시 2010.03.01
겨울 바다에서 겨울 바다에서/김수구 뭍으로 귀를 열고 물기둥을 메우는 바다에 살에는 바람 소리조차 묵묵히 삭히는 등대 갯바위에 밀려드는 파도만큼이나 누군가의 손을 거친 듯한 겨울의 기도는 참으로 쓸쓸하네 공허한 말들이 바위가 되어 되돌아오는 해풍의 일기는 쓰다가 다시 고쳐 써지고 그대 매운 생각에 .. 영상시 2010.01.17
불이야 불이야/김수구 산에 산에 불이 붙었네 울긋불긋 노랑 빨강 불이 붙었어 산마루 꼭지에 붙었던 불이 소슬바람 매달고 와 마을 입구 누렇게 그을려놓더니 새악씨들 가슴 언저리까지 벌겋게 번져 버렸네 가을비 달고 온 신선한 바람인 줄만 알았는데 누가 누가 가랑잎 모서리에 불을 질렀을까 어제는 단.. 영상시 2009.11.09
흐린 날 오후 흐린 날 오후/김수구 흐린 날에는 젖는 게 있다 몸에 물기가 없어도 눈가에 호수가 없어도 가슴에는 징검다리란 것이 있다 흐린 날에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하여 사람의 흔적에 젖고 눈이 내릴 것 같아 젖고 열차의 기적소리에도 귀는 젖는다 뭐가 그리도 우울한지 젖다 보면 찢어지는 것들이 주변에 .. 영상시 2009.10.16
이슬의 찬미 이슬의 찬미/김수구 풀밭 길 어둠 속에선 별빛이 이슬이라는 사실 날카로운 눈빛이 그리울 때 밤안개 숲 깊숙이 파고들어 눈물이 되었다. 자정이 넘어가면 이슬은 하늘의 꽃 수면 가장자리에서 여명의 불씨를 훔쳐내어 초록빛 찬란히 내려앉는다 어둠 뽀얗게 걷힌 수풀 섶 이불 위에서 이슬은 새벽을 .. 영상시 2009.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