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겨울나무/김수구 내 기억의 저편에 겨울나무란 게 있다.언제부터 자리했던가해가 질 녘이면 가지는 애처로워 보이고잎들이 떨어졌을 나무가 유리창 앞에 어른거린다그것은 겨울일까훨훨 유리벽을 털어버린 그 나무내 허무를 숲 속에 새들이 알아채 버린 건 아닐까내 풍랑의 바다에는 늦은 서설이 내려성에꽃 핀 유리창으로 하룻밤 넋이 고이고그대와 나 가시밭 너머그러나 유리창 안은 따스하다너에게 줄 것은 없지만내 안은 늘 봄볕처럼 따스했다나무는 화초처럼 가꾸지 않아도 봄 순을 피워 올리던데해 질 녘 비로소 나는 널 품을 수 있을까그대와 나 사이에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하염없이 내릴지라도삶의 뒤란 길에 만산홍엽이 다 진다 한들가슴속에 타오르는 태양을 어찌 잠재울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