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봄. 드레이크는 50년 전 우주에서 오는 전파의 포착을 시도했던 장소를 방문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접시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SETI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드레이크는 격세지감을 토로했다. 1960년 외계인 관측 작업에 2개월이 소요된 반면 2010년 동일한 실험을 하는 데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50년간 컴퓨터의 정보 처리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분이다. 드레이크는 이런 추세로 컴퓨터 성능이 향상된다면 20~30년 이내에 외계인이 보내는 전파를 탐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레이크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은하에는 약 2000억 개의 별이 있고 다른 별과 교신할 만큼 지능을 가진 생물체가 사는 문명 세계는 1만개에 이른다. 하지만 SETI 과학자들은 거대한 안테나 앞에 앉아서 외계인의 메시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다. 외계인의 '오랜 무소식(Great Silence)'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외계 문명의 존재는 더욱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ETI 지지자들은 외계인의 전갈을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쪽에서 적극적으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한두 번 그런 시도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74년 지구로부터 2만5000광년의 거리에 있는 별들을 향해 169초 동안 전신문을 발사했고, 1977년 우주탐사선에 파도 소리, 도시의 소음, 아기 울음 소리,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등이 녹음된 레코드판 등 이른바 지구의 소리를 실어 보내기도 했다.
드레이크나 호킹의 예측이 적중한다면 인류는 머지않은 장래에 외계 문명과 맞닥뜨리게 될지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과학저술가 팀 폴저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1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외계인의 신호를 받게 되는 순간에 인류가 직면할 여러 상황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전개했다. 이 글을 읽고 놀라지 않은 독자가 없을 줄로 안다. 흥미 위주의 잡지에나 실릴 법한 외계인 이야기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과학 전문지에 버젓이 게재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언젠가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닌 것을 알게 될지 모른다'고 끝맺고 있다.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상상만 해도 온몸이 떨려오는 전율을 어째 볼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