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2

색소폰 연가

山有花 김수구 2025. 1. 13. 18:33

색소폰 연가/김수구

 

허공을 뚜뚜 치고 나가 시공간으로 거침없이 튀어 다니는
색소폰의 까마득한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문턱이 닳아진 상가 또는 벽에 기대어 금세라도 쓰러질 듯 

불어 재끼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리

애수를 끌고 다니는 거리의 악사는 얼마나 행복한가 
무언의 소리로 가득 찬 진공의 늪이라도 빨려들고 싶은 요즈음
한 인생 살다 갈라면서 뭐 그리 아등바등 참 못나게 굴었지
그러나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토해내는 악사의 연주는 
참으로 신비롭구나
전생에 무슨 한이 많길래 회한의 실을 뽑아내느라

길바닥에서 뭇별의 애간장을 녹이나
귓전에 울려 퍼지는 그 서글픔에 귀 기울이다 보면

너와 나 영면의 늪에서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할 배냇울음

미처, 표출하지 못했던 지상에 최대의 고독이 흐느끼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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