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여인/김수구
바다가 손짓한다
지금 당신은 쓸쓸한가
불립문자들이 파도 물살에 떠다니고
소리소문없이 흩어지는 쭈글쭈글한 무늿결
피륙이 화농[化膿]에 젖고 있다
해맑은 창공으로 창공으로
파르라니 날개 깃 펼쳐든 갈매기 무리
호로병 같은 적막 속을 휘어들고
추파 던지며 발목 가까이 다가서던 파도
넘실넘실 무너지는 검은 자욱마다
고독 깊은 유혹이 담수 되어 있다
바다가 말을 건다
지금 당신은 철 지난 바람이 그리운가
희디흰 물결 가슴팍을 뭉클하게 들이치고
여심의 치마 속을 훔쳐보는 가을 햇살 같은 바람
피륙 같은 그녀의 살갗이 아슴아슴 찢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