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

은행잎 가도를 걸으며

山有花 김수구 2011. 12. 14. 21:38

 

은행잎 가도를 걸으며/산유화

 

입김 후후 불어대는 늦은 가을 모퉁이
겨울나무 경계에서 연리지를 보았네
단풍이 붉다고 외치던 나무들은 나목이 되어가고
하룻밤 사이 노랑 물 한 움큼씩만 내려놓는 은행나무
초록 이파리는 늙어져도 하염없이 고운 노랑 
그게 고독일까 그리움일까
거리에 쏟아져 내린 하트 문양, 물 젖어 흩어지는 시어들
사랑과 별 이별과 바람 
어디서부터 노랑의 질주는 시작된 걸까
늦은 바람인지 초록 겨울인지 모를 이 황홀함
방랑의 속성은 초록이었을까 노랑이었을까
너에게로 다가가는 노을이 바다로 바다로 흘러 농무(濃霧)가 되기까진
역시 시린 12월의 은행나무 속 
너와의 깊은 색정을 바라보니 
백석창파(白石蒼波)에 파도 물결 드높은데 
여전히 음풍농월을 읊조리는 이파리와의 사랑